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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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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통역사 한성숙씨
스페인어 통역사 한성숙씨
세계에 이해・우정 넓히는 최고 통역사로!
・성북권 길음지부 지구부인부장

대통령 영부인 통역 등 인간미 넘치는 통역사로 활약

2006년 6월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성숙씨는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오른쪽)와 마르가리타 데 세데뇨 여사(왼쪽)의 통역을 담당했다. <제공:연합뉴스>

지난해 6월 30일은 스페인어 통역사 한성숙씨에게 매우 뜻 깊은 날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레오넬 페르난데스 대통령 일행이 방한했을 당시 청와대에서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와 마르가리타 데 세데뇨 여사의 통역을 맡았고 청와대 국빈만찬 사회와 통역을 담당했다. 같은 날 대한민국 국회에서 임채정 국회의장과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통역도 맡았다.

10여년 전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스페인어 통역사가 되겠다’고 다짐한 그의 꿈이 현실로 한발 다가선 순간이었다.

프리랜서인 한씨가 본격적으로 통역을 시작한 것은 2000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 입학하면서다.
해마다 4~5번의 통역 기회가 있었는데 2002 FIFA 한일월드컵으로 인해 해외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통역 기회도 증가했다.

“한번 통역할 때 ‘목숨을 건다’고 할 정도로 최선을 다합니다. 그 평가에 따라 다시는 통역 의뢰가 안 들어올 수도 있고, 계속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프리랜서의 세계에서 생존경쟁은 치열하다. 또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통역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전국에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출장도 잦고, 가는 지방마다 특색과 역사, 전통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인구, 경제 성장률, 정치상황 등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 없이 대답해야 하므로 가장 최근 국내외 뉴스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수치 하나 차이로 기업 간, 국가 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초긴장 상태에서 일을 한다.
대기업의 통역일 경우 정보가 유출될 것을 우려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당일에 넘겨 주는 경우도 많다. 평소 조금이라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 읽고, 말하고, 쓰는 공부를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계획이 잡히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는 완전히 몰입해서 공부해요.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을 때 느끼는 보람과 자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또 저의 통역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사명감을 갖고 임하게 됩니다.”

물론 이제껏 모든 통역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일반 회사에 들어가 안정적인 일을 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유혹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를 다시금 ‘국내 최고의 통역사’라는 목표로 되돌려 놓은 것은 대학부 시절 인생의 스승으로 삼은 이케다 SGI 회장과 만남이었다.

1987년 아버지의 사업문제로 가족이 모두 칠레로 이민을 갔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한씨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전에 현지 아이들과 초등학교를 다니며 친구들에게 글을 배웠다.

이미 칠레에 들어오기 전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이 모두 신심을 하던 터라 칠레에서도 신심은 꾸준히 지속했는데, 5년 만에 우연히 현지 회원과 만나 좌담회 등 각종 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다 1993년 2월, 이케다 SGI 회장이 남미순방 중 칠레를 방문해 산티아고에 있던 칠레문화회관에서 제1회 칠레SGI 총회가 열렸고 이때 한씨도 참석했던 것. 당시 대학교 1학년이던 한씨는 ‘반드시 한국에서 제일가는 스페인어 통역사가 되겠다’고 속으로 맹세했다.

그 해 바로 한국에 돌아와 4년간 장학생으로 대학교를 마친 후 한국외국어대학원에 입학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야 왜 신심을 근본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절실하게 느꼈어요. 통역이라 해도 단지 단어만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온몸으로 이야기를 받아 들이고 작은 뉘앙스도 놓치지 않고 전달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창제를 하고, 학회 활동을 하다 보면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커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알려고 하는 자세가 몸에 배기 때문에 통역할 때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감정, 의도까지도 깊이 있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렇듯 한씨는 한번 한번의 통역에 완벽을 기하는 철저한 준비와 상대방을 포용하는 따뜻한 인간미를 갖추고 있어 통역사로서 더욱 신뢰를 쌓고 있다.

지금은 가정을 이뤄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고 지구부인부장으로서 학회에서도 맹활약하는 가운데 프리랜서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젊고 가정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으므로 지금 하나하나의 경험에 최선을 다해 부딪혀보는 중이라고.

향후에는 좀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케다 SGI 회장은 “통역은 어학으로 인간과 인간을 맺는 ‘가교’이자 세계에 이해와 우정을 넓히는 ‘명외교관’이기도 하다. 또 문화교류의 정도(正道)를 걸어가는 ‘생명선’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통역사의 사명을 높이 평가했다.

‘어떤 종류의 일이더라도 일단 내가 맡은 통역은 감사한 마음으로 100% 소화해 내겠다’는 한성숙씨.

생명이 빛났을 때 통역도 빛난다는 것을 자각한 만큼 어디까지나 청춘시절 사제(師弟) 맹세를 잊지 않는 신심 근본의 자세로 인간성 풍부하며 최고의 실력을 갖춘 통역사가 될 것을 다짐한다.



김진숙(jskim@hknews.co.kr) | 화광신문 : 07/05/18 733호 발췌